NC 카일 하트. 스포츠동아 DB
올 시즌 개막에 앞서 NC 다이노스는 선발진을 전면 개편해야 했다. 지난 시즌 리그 최고 에이스였던 에릭 페디(30·시카고 화이트삭스)가 메이저리그(MLB)로 떠나고, 국내 에이스 구창모(27)도 국군체육부대(상무) 입대를 결정한 까닭에 전력 약화가 우려됐다.
지난해 다승(20승), 평균자책점(ERA·2.00), 탈삼진(209개) 등 투수 부문 3관왕을 차지했던 페디의 이탈은 특히나 치명적이었다. 국내 선발진의 불확실성이 큰 만큼 외국인투수가 중심을 잡지 못하면 로테이션이 완전히 붕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강인권 NC 감독은 지난해 마무리캠프 때부터 외국인투수를 포함해 최대 8명의 선발투수를 준비시켜놓았지만, 느낌표보다는 물음표가 훨씬 더 컸다.
그러나 올 시즌 NC는 에이스 걱정을 하지 않는다. 카일 하트(32) 덕분이다. 18경기에서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 12회를 포함해 8승2패, 평균자책점(ERA) 2.57(112이닝 32자책점), 119탈삼진, 26볼넷을 역투하고 있다. ERA와 탈삼진은 1위, 다승은 2위, QS는 3위다. 리그 최정상급 선발투수로 손색없다. 이닝당 출루허용(WHIP·1.07)과 피안타율(0.227) 역시 규정이닝을 채운 18명의 선발투수 중 가장 좋다. 지난해 전반기 15경기에서 QS 10회를 포함해 12승2패, ERA 1.71, 109탈삼진, 23볼넷을 기록했던 페디의 강력함과 비교해도 크게 밀리지 않는다.
하트는 196㎝의 큰 키에서 내리꽂는 최고 구속 149㎞의 직구(30.7%)와 투심패스트볼(16%), 커터(11.8%), 슬라이더(25.1%), 체인지업(16.1%) 등 5개 구종을 현란하게 구사한다. 5개 구종 모두 구사 비율이 10%가 넘어 상대 타자들과 수 싸움에서 늘 우위를 점한다. 초반에는 제구에 다소 어려움을 겪었지만, 자동투구판정 시스템(ABS)에 적응한 뒤부터는 4사구도 크게 줄였다. 6월 이후 7경기(44.2이닝)에선 삼진(54개)/볼넷(8개) 비율이 6.75에 달하고, 7월 2경기에선 모두 7이닝 무실점의 완벽투로 승리를 따냈다. 앞으로를 더욱 기대케 하는 대목이다.
더욱이 하트가 등판한 18경기에서 팀은 13승1무4패(승률 0.765)의 호성적을 거뒀다. 양현종(KIA 타이거즈·13승4패)과 더불어 이 부문 공동 1위다. NC의 올 시즌 팀 승률(0.494·42승2무43패)을 훌쩍 뛰어넘는다. 팀의 승리 확률을 높여야 하는 에이스의 역할에 충실하다는 뜻이다. 하트는 “개인성적보다는 언제나 팀이 먼저다. 팬들과 함께 NC가 정상으로 가는 데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뿐”이라며 “팬들 앞에서 투구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행복하다”고 말했다.
강산 기자 [email protected]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