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오른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은 KT 소형준(오른쪽)이 12일 수원 NC전에서 491일 만에 복귀해 포수 장성우와 포옹하고 있다. 수원|김민성 기자 [email protected]
“말로 표현하지 못할 느낌이었다.”
12일 수원 NC 다이노스전에서 KT 위즈가 10-3으로 앞서고 있는 9회초, 소형준(23·KT)이 1루 측 불펜 문을 열고 마운드를 향해 가자 관중석에서는 ‘소형준’ 이름 석 자를 연호했다. 지난해 5월 10일 수원 NC전 이후 1군 마운드 복귀까지 꼬박 1년 4개월 6일(491일)이나 걸렸다. 이에 ‘소형준’을 외치는 목소리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경기 후 소형준은 “말로 표현하지 못할 느낌이었다”며 감격스러워하더니 “정말 팬 분들에게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지난해 5월 오른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은 소형준은 1년여 시간 동안 힘든 나날을 보냈다. 기존 재활만으로 짧지 않은 시간이 필요했다. 그런데 당초 7월 복귀를 고려하다 예기치 않게 또 다른 부상이 발생해 재활 등판을 멈춘 적까지 있었다. 그는 “재활 과정을 다시 거치려니 심적으로 힘든 적이 있었지만, 그 또한 재활 과정 중 일부라고 생각했다”며 “무엇보다 건강하게 던지고 싶은 마음이 컸기에 (복귀가) 2~3개월 늦어지는 것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았고, ‘건강하게 돌아갈 수 있다’고 나 스스로를 믿었다”고 돌아봤다.
소형준에게는 팬이 큰 힘이 됐다. 재활 기간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받는 메시지가 곧 기운을 내게 해주는 연료나 다름없었다. 실제 그는 ‘긴 재활 기간 누가, 또는 무엇이 가장 큰 힘이 됐는가’라는 질문에 “내게 ‘건강하게 돌아와 달라’고 인스타그램 DM(다이렉트 메시지)을 보내 주시는 팬 분이 많았다”며 “그 분들이 있었기에 ‘건강히 돌아가겠다’는 동기를 갖고 재활할 수 있었다”고 고마워했다. 또, 경기 후 SNS에 복귀를 반기는 동료 게시물을 퍼 와 ‘기다려 주셔서 감사하다’고 다시 한 번 팬들에게 인사했다.
KT 소형준이 12일 수원 NC전 9회초 구원등판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수원|김민성 기자 [email protected]
소형준은 큰 환호 속에 복귀전을 무사히 치를 수 있었다. 선두타자에게 홈런, 후속타자에게 몸에 맞는 공을 허용했지만 크게 문제는 되지 않았다. 당초 소형준이 1군 무대에 다시 연착륙할 수 있게 이강철 KT 감독이 이닝, 점수차, 주자 배치 등 여러 요소를 고려했기 때문이다. 소형준은 “처음 (마운드에) 올라가니 포수가 조금 멀게 보였다”며 웃은 뒤 “처음부터 점수가 크게 벌어져 있어서 5점을 주든 편안하게 내 공을 던지고 내려오자는 생각이었다. 1군 마운드를 다시 느껴 봤으니 다음 등판을 다시 한번 잘 준비해 보겠다”고 말했다.
소형준은 원래 주축 선발투수지만, 수술 후 관리 차원에서 잔여경기는 불펜으로 치를 예정이다. 여기서 본 모습을 되찾고 차츰 등판 상황을 조절하다 다음 시즌 선발진에 다시 들어가는 게 이상적이다. 이 과정이 빠를 경우 포스트시즌(PS)에서는 ‘조커’가 될 수 있다. 이에 그는 “오늘(12일)처럼 던져서는 계속 던질 수 있을지 알 수 없을 듯하다”며 웃은 뒤 “조금 더 감각을 찾고 더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게 준비하겠다. (PS에) 던지게 되는 경우 내가 나가는 경기에서 최선을 다해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수원|김현세 기자 [email protected]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