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투하는 켈리. [연합뉴스]
LG 트윈스 사상 최장수 외국인 투수 케이시 켈리가 20일 고별전에 나섰다.
LG 구단이 아직 외국인 투수 교체를 공식 발표하진 않았으나 사령탑인 염경엽 감독이 이날 경기 전 인터뷰에서 기정사실로 못 박았다.
염 감독은 이날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두산 베어스와 홈경기에 켈리가 예정대로 선발 등판한다고 전했다.
염 감독은 “어제 아침 (새 외국인 투수) 계약 소식을 듣고 켈리를 선발로 안 쓰려고 했었는데, 5년 이상 우리 팀에 있었던 켈리에게 어떻게 해야 마지막을 잘해주는 것일까 곰곰이 생각했다”고 운을 뗐다.
염 감독은 “팬들 앞에서 마지막을 멋있게 게임하고 갈지 결정할 권한을 켈리에게 줬다”며 “켈리가 가족과 상의한 뒤 ‘마지막 게임을 던지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설명했다.
LG는 켈리의 의욕이 떨어질 수 있음에도 예우 차원에서 선발 마운드를 맡긴 것이고, 굳이 뛸 이유가 없는 켈리는 휴식이 아닌 오랜 팬들과의 작별 인사를 택한 것이다.
염 감독은 고별 등판이라고 해서 교체 타이밍을 다르게 갖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염 감독은 “6이닝 동안 3, 4점 줄 때까지는 똑같이 운영할 것이다. 한두 점 줬다고 바꿔버리는 것은 의미가 상실하지 않겠나”라면서 “(선발 자원) 최원태도 대기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켈리의 승을 만들어 보내는 것도 의미가 있다. 야수들은 엄청 열심히 할 것이고, 그러면 켈리도 열심히 던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염 감독은 “6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켈리가 보여준 이미지, 외국인 선수 같지 않은 모습을 LG 트윈스에서는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제가 (감독으로) 있는 한 (켈리와) 계속 관계를 이어갈 것”이라면서 “만약 은퇴한다면 스프링캠프에 초대해서 한 달 동안 인스트럭터 식으로 쓸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켈리는 지난 5시즌 동안 LG에서 68승 38패 평균자책점 3.08, 684탈삼진을 올렸다.
LG가 29년 만의 통합우승을 이룬 작년 한국시리즈에서는 1, 5차전에 선발 등판해 1승 평균자책점 1.59(11⅓이닝 3실점 2자책)로 잘 던졌다.
그러나 6년 차인 올해 19경기 5승 8패 평균자책점 4.51로 1선발 역할을 다하지 못했고, 리그 2위 LG는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결단을 내렸다.
이날 마운드에 오른 켈리는 역투했다. 2⅔이닝 동안 2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그 사이 타선은 힘을 냈다. 1회말 오스틴 딘의 투런홈런에 이은 문보경의 백투백 홈런으로 3-0을 만들었고, 2회말에도 박해민의 안타와 신민재의 볼넷에 이은 홍창기의 2루 땅볼 때 상대 실책으로 만루가 됐고, 오지환의 우중간 안타와 오스틴의 좌전안타로 3점을 더해 6-0까지 달아났다.
1회와 2회 무실점 호투를 펼친 켈리는 3회초 전다민을 포수 파울플라이로 처리했고, 전민재에 우전 안타를 허용했지만 정수빈을 3루 땅볼로 처리하며 2사 2루까지 타선을 요리했다.
이후 조수행이 타석에 들어선 상황에서 빗줄기가 거세지면서 경기는 중단된 상태다.
현재 만원관중이 들어찬 잠실야구장은 강한 비로 인해 경기가 5회까지 치러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켈리가 마지막 선발 등판에서 승리를 챙길 수 있을지도 하늘에 달려있다.
정현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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